수요일, 3월 23, 2011

가혹 행위에 '곪아터진' 해병대 전통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로 드러난 해병대 모 연대 선임병들의 그릇된 후임병 관리 문화는 구타·가혹행위에 관용적인 해병대 특유의 문화와 지휘감독자의 관리 부실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4일 인권위가 공개한 해병대 모 연대 내 가혹행위를 보면, 청소 불량·암기 소홀·군기 유지 등의 이유로 철봉 매달리기·엎드려뻗쳐 등의 얼차려부터 상습 구타, 이른바 ‘악기 바리’로 불리는 음식물 강제 취식 등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수시로 폭행 및 가혹행위를 당한 한 사병은 행정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구두 훈계만 이뤄져 이후 더욱 심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결국 이 피해 사병이 기절해 의무실에 실려가고 나서야 가해 사병에 대해 영창 등의 징계가 내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사병은 선임 병사의 기수와 조리식단 메뉴를 외우지 못하고, 빵 5개를 제한 시간 내에 먹지 못했다는 이유로 심하게 구타를 당해 응급실 치료까지 받았다. 하지만 행정관은 고소하지 말라며 이 사병을 설득하고 가해자에게는 영창처분만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가해자는 인권위 조사에서 “후임병 시절 유사한 구타·가혹행위를 당했고 이를 참고 견디는 것을 ‘해병대 전통’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는 등 가혹행위의 문제점과 심각성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인권위는 이어 폭행사건을 상급자에게 발설할 경우 기수 열외 등 2차 피해를 주는 폐쇄적 조직 문화, 지휘·감독자들이 부대의 명예훼손과 불이익을 우려해 ‘구타에 대해 엄정히 사법처리하라’는 관련 원칙을 준수하지 않고 경미하게 처리하려는 경향을 해병대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2010년 의무대 환자 발생보고서를 보더라도 고막 천공(구멍이 뚫리는 것) 30여건, 비골ㆍ늑골 골절, 대퇴부파열 등 타박상 기록이 250여건에 이르지만 발병 경위 등은 부실하게 기록돼 있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 사태 때 해병대가 용기있는 행동으로 국민에게 많은 신뢰를 줘 젊은이들도 앞다퉈 해병대에 지원하는 상황에서, 이런 발표를 하게 돼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부대원 상호 간 존중과 소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해병대 전통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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